삼척 쉰움산 산행기-삼척이 숨겨둔 보석
<삼척 쉰움산(五十井山) 산행기>
*산행코스=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천은사-돌탑 전망 쉼터-샘터-쉰움산 상단 바위 절경-천은사 원점 회귀
*산행거리=왕복 5km
*산행시간=2시간
*산행일시=2018년 5월 20일
쉰움산(해발 670m)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와 동해시 삼화동의 경계를 이루는 산.
나로서는 지난 십수년간 200-300번은 족히 다녀온 안방 같은 산 입니다.
지난 사나흘 계속 비가 내린 뒤끝이어서 오늘 산행은 날씨는 물론 기분까지 쾌청합니다.
산행은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천은사(天恩寺)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쉰움산 정상까지는 2km 남짓. 산행거리로 따지면 그리 멀 것 없는 거리지만, 저 유명한 두타산(1353m)과 한몸을 이룬 산행코스이기에 만만히 볼 수도 없습니다.
쉰움산은 두타산으로 오르는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산 입니다.
그냥 두타산으로 오르면서 거쳐가는 중간거점 쯤 되는 산이 쉰움산인 것 입니다.
두타산 중간의 길목 쯤 되는 산이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쉰움산은 독자적인 유명세를 뽐낼만한 산 입니다.
두타산과 한몸이되 산세와 풍광은 그에 못지않은 독보적인 아우라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중 두타산과는 별개로 쉰움산만 찾아오는 산객이 전국 각지에서 꼬리를 무는 것 입니다.
그런데 쉰움산은 산 이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쉰움산' 이라니. 처음듣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는 아리송한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오십정산(五十井山)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오십개 우물 산'을 순 우리말로 '쉰움산' 이라고 부르니, 전국에 흔치않은 우리말 산 이름에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쉰움산이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는 정상의 생김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쉰움산 정상은 그 풍광이 정말 탁월합니다. 깎아 지른 천애절벽 위 바위산 위에서 바라보는 근,원경에 감탄사가 그칠 새 없고, 바위산 정상의 경치도 한참동안 떠나기 싫을 정도로 신비한 매력이 가득합니다.
그 정상의 바위산 표면은 움푹움푹 파여 있는 것이 특징적 입니다. 마치 바위면을 크고작은 우물이 덮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아하! 여기서 쉰우물,오십개 우물산이라는 이름이 탄생했구나."
산을 오르는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등산객의 궁금증은 쉰움산 정상의 경치를 보고 비로소 풀립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석회석 산지인 동해 삼척의 독특한 지질이 이런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 낸 것 입니다.
흙이라고는 없는 그곳 바위산 정상에 소나무 몇그루가 쉰움산 지킴이 처럼 버티고 서 있으니 그대로가 한폭의 동양화 입니다.
쉰움산 등산시에는 쉰움산 정상만 보고 하산길을 재촉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정상에서 3분. 200-300여m만 더 오르면 두타산과 순움산이 꼭꼭 숨겨둔 또 다른 별천지, 비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병풍 처럼 둘러쳐진 바위벽을 배경으로 낙락장송 소나무들이 키재기를 하듯 줄지어 늘어서 있으니 마치 기치창검을 들고 도열한 갑병, 의장대의 환영 인사를 받는 것과 바를 바 없습니다.
참고로 두타산은 여러 코스 가운데 천은사-쉰움산-두타산을 오르는 코스가 편도 5.1km로 가장 짧습니다.
쉰움산 산행은 두타산 천은사에서 시작합니다.
천은사는 고려시대 몽골 침략 때 이승휴 선생이 이곳 두타산 구동(龜洞)에 은거하면서 민족의 대서사시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썼다고 전해지는 곳 입니다.
제왕운기는 우리민족의 역사가 단군왕검에서부터 비롯됐고, 발해가 우리 역사 임을 밝힌 민족의 대서사시이죠.
천은사에는 동안거사(動安居士)로 불린 이승휴 선생을 모신 사당 '동안사'가 있습니다.
이승휴 선생은 일생의 상당기간을 외가가 있는 삼척에서 보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천은사는 고종 황제 때인 1899년에 이곳 인근에 있는 준경묘(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양무장군을 모신 묘)를 수축하면서 천은사를 준경묘를 지키고 관리하는 사찰로 삼았는데, 그때부터 임금의 은혜를 입었다고 해 천은사로 불리었습니다.
쉰움산은 무속이 많은 산입니다.
'산멕이'라는 전통 무속제의를 올리며 집안의 평안을 비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데 쉰움산 곳곳에 그런 기도처가 남아 있습니다.
쉰움산 중턱의 바위 밑에도 그런 기도처가 있는데, 저는 오는 그 바위 밑을 지나 로프를 이용해 바위를 타고 오르는 방법으로 쉰움산 중턱의 돌탑 전망 쉼터로 올라갑니다.
일반 산객들은 그냥 등산로를 따라 직진하면 돌탑 전망 쉼터로 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돌탑 전망 쉼터에서 땀을 식히며 쉰움산과 저 멀리 내미로리 마을을 굽어보는 경치가 일품입니다.
돌탑 전망 쉼터는 쉰움산 중턱 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쉰움산 8부 능선에서 만나는 샘터입니다. 땀을 흘린 뒤 목을 축이기에는 딱 안성맞춤 자리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정상 9부능선에 만나는 로프지대 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쉰움산 정상입니다. 정말 한폭의 동양화를 걸어놓은 듯 하죠. 아무리 둘러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희한한 경치 입니다.
정상은 그곳에 그대로 있으되, 계절과 날씨에 따라 느낌과 경치는 사계절 변화무쌍 합니다.
작은 그랜드캐년 같은 바위 능선 건너편은 동해시 무릉계곡 입니다.
이제 쉰움산에서 200여m를 더 올라 상단의 바위절경지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두타산과 쉰움산이 꼭꼭 숨겨둔 비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쉰움산 등산시에는 정상에서 바로 하산하지 말고 반드시 이곳 바위절경지대를 탐방할 것을 권합니다.
하산길에 만나는 소나무. 쉰움산이 있는 삼척은 울진 강릉 등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금강송 군락지로 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