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포천 철원 명성산 산행기

좋은산 2017. 10. 3. 10:47

<포천 철원 명성산 산행기>

*산행코스: 산정호수 주차장-등룡폭포-억새밭-팔각정-삼각봉-명성산-팔각정-자인사-산정호수 주차장

*산행거리: 11.5km

*산행시간: 5시간 50분

*일시: 2017년 10월 1일







 포천 철원에 걸쳐 있는 '명성산(922.6m)'을 다녀왔습니다.

 명성산(鳴聲山)은 한자 뜻 그대로 '울음산'으로 불리는 곳 입니다.

 산 이름 치고는 참 특이하죠.

 그런데 여기에는 비운의 역사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부터 무려 1100년 전인 10세기 초, 신라의 국운이 막바지에 달했던 때, 한반도에는 견훤과 궁예, 왕건 등 여러 군웅들이 할거하면서 전국시대 같은 치열한 패권 다툼이 벌어지는데요.

 서기 918년 이곳 명성산에서 궁예의 태봉국(901년-918년)이 멸망을 맞게 됩니다.

 자신의 부하 장수였던 왕건에게 쫓긴 궁예는 명성산의 8부 능선에 있는 석성을 방어벽으로 최후의 결전을 벌이다 결국 패하게 되는데요. 그 때 궁예와 태봉국 군사들이 모두 통곡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그 후에도 이따금 산중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해 울음산으로 불리게 된데서 명성산 이름이 탄생한 것 입니다.

 산 이름은 그렇게 비운의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명성산의 풍광은 산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계곡과 폭포, 억새밭, 산정호수, 능선길, 깔딱고갯길 등등.

 명성산은 등산의 매력을 정말 다양하게 풍고있는 백화점 같은 산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분단의 현장인 155마일 휴전선이 코 앞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적 여건상 산행 중에 야릇한 긴장감까지 더해지는데요.

 제가 등산을 하던날에도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을 하는 듯 포성이 하루종일 그치지 않고 귓가를 어지럽혔습니다.

 그러나 그런 긴장 속에서도 산 아래 드넓은 철원 평야는 황금물결이 더없이 안온한 풍경화를 선물하니 이렇게 극적인 산행처가 또 있을까요. 명성산은 스토리와 등산의 매력, 눈에 담는 풍광 등이 하나도 버릴게 없는 알토란 같은 산 입니다.

 제가 택한 등룡폭포-명성산-자인사 산행코스의 이동거리는 총 10.8km.

 아주 급한 비탈길은 없고, 계곡과 억새밭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 길이 이어지는데 아지가지한 능선길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별로 힘겨운 코스가 아닙니다. 단 자인사나 책바위 쪽 등산로를 오르막 등로로 택할 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자인사길은 내려오면서 보니까 정말 심한 경사의 계단 비탈길이 버티고 있더군요.

 따라서 편한 등로를 택하려면 등룡폭포 쪽으로 오르는게 좋을 것 입니다.

 

 *참고로 올해 10월 13일-15일까지는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열린답니다.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을 시작합니다. 주차비는 승용차 기준 하루 2000원 입니다.

제가 다녀온 코스입니다. 이정표에 거리 표시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거리 계산이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나중에 찬찬히 훎어보니 11.5km 정도로 계산되더군요.

 







 등룡폭포 입니다.

 용이 이 폭포수의 물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폭포 경치가 한동안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폭포는 이단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명성산이 자랑하는 억새밭 입니다.

 억새꽃 축제 때는 이곳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붐빈다고 합니다.

 6만평 억새밭이 산 비탈면을 타고 펼쳐지는데 전국 5대 억새군락지로 꼽힌답니다.

 10월 1일 그곳에서 만난 한 산객 왈.

 "지금 오는 게 훨씬 좋아. 억새꽃 축제 때는 여기 사람에 떠밀려서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없어요."









 억새밭 위 능선 꼭대기에는 팔각정이 있는데, 그곳에 1년 후에 받는 느린 우체통이 서 있습니다.

 산에서 만나는 빨간 우체통이 반가운 감성을 자극합니다.

 명성산은 정상은 이곳 팔각정에서 능선길을 타고 2.2km를 더 나아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능선에서 바라보는 산정호수를 비롯 사방의 풍광이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능선길이 험하지 않아 그냥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느긋한 산행이 이어집니다.




 명성산 능선길에서 바라본 산정호수 입니다.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와는 경치의 차원이 다르죠.

 오늘은 저 멀리 안개 구름이 내려앉아 한폭의 동양화 같은 신비스러운 운치를 더합니다. 




 명성산 정상이 가까워지니 울긋불긋 단풍이 첫 인사를 합니다.

 안개구름과 어우러진 황홀한 풍광에 취해 나그네는 자꾸 걸음이 늦어집니다.

 명성산 삼각봉의 기암도 단풍 사이로 고개를 내 밀고 환영 인사를 건넵니다.











  삼각봉에 즈음해 명성산의 경치는 절정에 달합니다. 암릉과 단풍, 안개 구름이 정말 환상의 경치를 연출합니다.







 이제 명성산 정상입니다. 정상은 철원군 입니다.

 그러고보니 명성산은 경기와 강원도에 걸쳐 있네요.

 저는 다시 능선을 타고 왔던 길을 되짚어 팔각정 방향으로 돌아간 뒤 자인사 쪽 계단길로 하산할 생각입니다.










 이제 팔각정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등룡폭포가 아니라 자인사 쪽 계단길로 하산합니다. 하산거리는 2.1km

 등룡폭포 쪽 보다는 하산길이 2km 정도 더 짧습니다.

 그런데 내려가면서 보니 계단길 경사가 보통이 아닙니다.

 내려가는데도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된비알 비탈입니다.

 이곳으로 올라왔더라면 정말 땀 깨나 뺐을 겁니다.

 화끈한 등산을 원한다면 자인사 쪽 비탈길로 등산을 하고, 등룡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자인사 쪽으로 내려오면 산정호수를 만나게 됩니다.

 호수변 데크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니 마치 해외여행을 온 듯 이국적 풍광이 펼쳐집니다.

 등산을 하다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금수강산 이라는 것을 골백번도 더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