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마니산 산행기
<강화도 마니산 산행기>
*코스: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마니산 매표소(주차장)-단군로-372계단-참성단-계단로-마니산 매표소 원점 회귀
*산행거리: 6km
*산행시간: 2시간 30분
*산행일시: 2017년 8월 6일
오랜만에 먼거리 산행에 나섰습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있는 마니산(해방 472.1m). 그냥 강화도 마니산으로 더 잘 통하는 명산입니다.
사실 마니산 산행은 저에게 처음은 아닙니다. 30여년 전 꿈 많던 청년 시절,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면서 고적답사를 위해 강화도를 찾았을 때 티셔츠에 청바지를 차림으로 한번 오른 적이 있습니다.
정상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던 곳.
저에게 마니산은 힘겨운 계단의 기억이 선연한 곳 입니다.
그 무수히 많은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덜기 위해 친구들과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열계단, 스무계단 씩 오르던 추억이 흑백필림 같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곳이 도한 마니산 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반백을 넘긴 이제야 실행에 옮기게 됐습니다.
마니산은 다들 아시는 그대로 단군 왕검이 천제를 올리던 곳으로 각종 사서에 기록돼 있는 참성단(塹城壇·사적 제136호)이 정상이 자리잡고 있어 더 유명한 산 입니다. 참성단은 하늘을 상징하는 기초는 둥글게 쌓고, 땅을 나타내는 단은 네모나게 쌓아 올려 전체적으로 하원상방형을 이루고 있는 제단 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개천절에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전을 밝히는 성화가 칠선녀에 의해 채화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한반도 최북단의 백두산과 최남단 한라산의 중간지점에 자리잡아 마니산이 더욱 의미있게 대접받은 것 같기도 하고,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북방 몽골과 만주족 등의 외침을 받아 사직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강화도가 1순위 피난처로 거명된 것도 강화도 마니산의 존재 가치를 높인 곳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이번에 등산을 하면서 보니 마니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가 센곳, '전국 제일의 생기처'라는 홍보 문구도 보이더군요.
마니산 등산은 상방리 마니산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계단로와 단군로, 함허동천 쪽 코스 등 모두 3개 코스로 나뉘더군요. 단군로와 계단로는 상방리 매표소에서 사직하고 끝나기 떄문에 어느쪽으로 오르던 원점 회귀에는 문제가 없습니다.저는 단군로로 올라 계단로로 하산하는 길을 선택했는데, 단군로는 산 능선을 타면서 조금 더 먼길을 우회하는 코스라고 보면 됩니다.
단군로의 경우 7부 능선 쯤에서부터 만나게되는 능선의 조망이 일품 입니다.
장봉도, 용유도 등 인천 앞바다애 점점이 박힌 여러 섬이 한폭의 그림 처럼 다가서니, 섬을 구경할 수 없는 동해(東海)에서 온 나그네는 풍경에 취해 자꾸 발걸음이 더뎌 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관령 동쪽 고장에서 강화도까지는 네비로 330km가 넘게 찍히더군요.
천리길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리입니다.
그래서 이동 수고도 덜고, 오랜만에 회포도 풀겸 고양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 하룻밤 유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마니산 등산을 해야하는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군요.
산 타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 친구들은 비를 핑계삼아 자꾸 딴곳으로 유혹하는데, 빗살까지 굵어지니 유혹에 마음이 동합니다.
기상청 동네예보를 검색해봐도 인천 강화 등 서울, 경기 지역은 거의 예외없이 오후까지 비.
오늘 산행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내심 날씨가 원망스러워 지는 그 순간, 비가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그렇지, 이건 그냥 국지성으로 간간이 뿌리는 비야'
스스로 자위성 결론을 내리는 순간, 마음은 벌써 유혹을 뿌리치고 강화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강화도에 진입하면서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개이더니 산행을 마칠 때 까지 거짓말 처럼 비 한방울도 뿌리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었더니 그날 경기도 일원과 강원 영서 지역 등에는 국지적으로 적지않은 비가 내렸다고 하던구요.
아마도 옛 그리움을 찾아 천리길을 달려온 나그네의 정성을 단군 왕검 할아버지께서 알아주신 모양입니다.
등산복을 입은 제 모습이 유리로 된 안내판에 그대로 투영이 되네요.
정상에 있는 마니산은 개방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니산 참성단 구역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어 개방시간 외에는 문을 닫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계단로와 단군로 길이 갈립니다. 단군로는 오른편으로 가야 합니다.
호젓하고 편안한 숲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휴일이지만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등산객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오르막 길 이지만 그렇게 힘겨운 길은 아닙니다.
전망 좋은 능선길에 도달하니 강화도 인근, 옹진군의 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앞에 보이는 섬이 장봉도, 그 뒤가 용유도 라고 합니다.
이제 마니산 정상, 참성단도 눈에 들어옵니다.
마니산 참성단으로 오르는 철문 입니다. 앞에 설명한 대로 개방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참성단은 사방을 둘러보는 조망미가 정말 탁월합니다.
주변의 섬은 물론 인천공항도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하산은 계단길로 합니다.
예전에 매우 인상 깊었던 계단 길인데, 약관의 나이에 힘겹게 올랐던 계단길이 예전 처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서지는 앟습니다.
아마도 제가 곳곳의 산을 등산하면서 많은 계단길을 접해 본 때문일겁니다. 마니산 계단길이 엄청 넓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는데, 이번에 다시 가보니 제 머릿속에 간직해온 그림 처럼 넓은 계단길을 아니었습니다.
계단이 자연석 돌계단 이라면 느낌이 더 좋았을텐데, 지금의 계단은 인공석 이어서 감흥이 훨씬 덜하더군요.
계단길 이라고 계속 계단만 있는 것은 아니고, 걷기 좋은 황토 숲길도 길게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