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쉰움산 절경 쓸어담기
삼척 쉰움산(해발 670m).
오묘한 멋이 있는 산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2017년 3월 18일.
깊은 산에까지 봄이 찾아들기는 아직 이른 때.
겨울의 잔흔이 여전한 산에서 봄을 기다리는 호젓한 나그네가 되어 봅니다.
삼척시 미로면에 있는 쉰움산은 해발 표고가 670m인 어찌보면 낮은 산 이지만, 볼거리가 도처에 널려있는 별천지 입니다.
산 정상에는 석회암 바위가 움푹움푹 파여 마치 '쉰개의 우물(쉰우물산=쉰움산)'을 연상케하는 기묘한 풍경이 기다리고, 깎아지른 바위 벼랑과 돌탑 무더기, 쭉쭉 뻗은 미인 금강송 등이 곳곳에서 불쑥불쑥 눈을 어지럽힙니다.
그런데 쉰움산은 미리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고 가면 열에 여덟아홉분은 그냥 정상 경치만 보고 그대로 하산하기 십상인 곳이 쉰움산 입니다.
그래서 설명하자면, 쉰움산 정상에는 3군데 절경이 있습니다.
순움산 정상석이 있는 쉰우물 너른 바위터가 제1경이라고 하면, 그곳에서 두타산 쪽으로 200여m를 더 올라가면 순움산 상단의 또 다른 절경지대, 제2경을 만나게 됩니다.
기암괴석 바위군과 낙락장송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곳.
제2경을 보지 않고 쉰움산을 구경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이겠죠.
제1경과 제2경은 모두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를 들머리로 두타산(1353m)으로 오르는 등산로 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2경 지대에서 3km 정도를 더 올라가면 두타산 정상입니다.
그런데 쉰움산의 남은 절경지대인 제3경은 두타산과는 반대 방향에 있습니다.
쉰움산 정상의 바위 지대를 만기 직전, 오솔길을 연상케하는 9부 능선 즈음(샘터 부근)에서 동쪽으로 작은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그 길을 따라 500여m 정도를 들어가면 쉰움산의 숨은 비경, 제3경을 보게 됩니다.
제3경 또한 거대한 바위 봉우리로 형성돼 있는데, 그곳 너른 바위터에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두타산으로 뻗은 장쾌한 고산능선과 동해바다 풍광을 모두 아우르는 멋이 일품입니다.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동해바다와 동해시 안산인 초록봉 능선,쌍용양회의 석회석 광산지대, 두타산-청옥산 산줄기 등이 파노라마 펼쳐지듯이 한눈에 들어오니 제스스로의 경치는 물론이고 주변 경치를 조망하는데도 이만한 명승이 없습니다.
오늘 저는 봄을 기다리면서 쉰움산 정상의 3경을 모두 즐겼습니다.
이동거리는 6km, 시간은 3시간 정도가 걸린 듯 합니다.
생강나무는 봄의 전령사 입니다.
이른 봄, 산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면서 봄소식을 알립니다.
그 반가운 손님이, 아니 산의 주인이 올해도 먼저 깨어 온 산에 봄을 전합니다.
거북이 한마리가 산비탈을 기어오르는 듯한 기묘한 형상의 바위입니다.
바로 옆 쉼터에 자리잡고 앉아 한참을 구경하다보면 정말 거북이나 개구리를 만난 듯 착시현상까지 생깁니다.
쉰움산 중턱에서 만나는 돌탑지대 입니다.
쉬어가기에 딱 좋은 안성맞춤 너른 바위터에 누가 쌓았는지 돌탑 무더기가 장관을 연출합니다.
수십,수백개 소원이 모여 만들어진 깊은 산 돌탑 앞에서 자연스레 두손이 모아집니다.
샘터 입니다. 정상 9부능선 쯤에서 만날 수 있는데, 쉰움산 제3경으로 가는 샛길이 이곳 상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쉰움산 제일 상단의 제2경 지대부터 먼저 찾았습니다.
위로부터 내려가면서 경치를 즐기자는 심사입니다.
이곳에서 능선을 타고 3km를 더 오르면 두타산 정상입니다.
병풍 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 바위 군락과 낙락장송 소나무의 풍치가 압권인 곳 입니다.
제2경지대에서 쉼움산 정상으로 다시 내려와 돌탑 무더기 기도터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너른 바위지대로 돌아서면 쉰움산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바위가 움푹움푹 파여 크고작은 샘 처럼 된 곳이 수십군데인데, 이런 기묘한 형상 때문에 쉰우물산, 즉 쉰움산 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자로는 오십정(五十井) 산 입니다.
이곳 삼척과 동해시 일원이 석회석이 많이 나는 석화암 지대이기 때문에 이런 오묘한 경치가 만들어 졌습니다.
움푹움푹, 기묘한 바위가 마치 용틀임을 하듯이 길게 펼쳐집니다.
쉰움산이 왜 숨은 보석으로 통하는지는 이곳 정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북쪽 능선은 동해시 무릉계곡의 지선 입니다.
멀리 두타산까지 고산 능선이 장쾌하게 이어집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시기.
정상의 잔설이 물러나는 겨울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쉰움산의 숨은 비경, 제3경 지대 입니다.
기묘한 바위 절벽의 풍광이 쉰움산 정상에 못지 않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여유롭게 쉬는데도 제격인 곳인데,
얼마 전, 이곳에서 목격한 멧돼지가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삼척은 심산유곡이 많은 지역 특성 때문에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특히 많은 곳 입니다.
두타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오고,
금강송 소나무 숲과
쌍용양회의 석회석 광산도 구경거리가 됩니다.
바위 위로는 마치 자연이 분재를 해 키운 듯
예술품 같은 작은 소나무들이 터를 잡고,
바위 아래 산비탈에는 삼척이 자랑하는 금강송이 울울창창 합니다.
이곳 삼척지역은 예로부터 소나무 자원이 우수해
국보 1호 숭례문 복원 때도 쉰움산 인근 삼척 준경묘의 소나무가
대들보 등 중요 목재로 제공되었습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세운 것 같은데
어찌 험산의 거센 바람에 넘어지지 않고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지 신기합니다.
보기에는 아슬아슬한데,
정작 서 있는 돌은 뭘 걱정하냐는 듯 꼿꼿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