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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옛길의 가을-솔향에 취하고,단풍에 반하고,역사에 젖고

좋은산 2016. 10. 30. 14:31

 <대관령 가을 산행기>

*코스:성산면 어흘리 마을-대관령 계곡-주막터-쉼터-반정-원점 회귀

*이동거리:왕복 9.6km(편도 4.8km)

*산행시간:2시간 30분

*산행일시:2016년 10월 28일 오후

 

 




 

 대관령 옛길의 가을을 만나고 왔습니다.

 우리나라 고갯길의 대명사.

 대관령은 솔향만 가득한 줄 알았는데,단풍 풍광 또한 일품이더군요.

 고갯길, 아흔아홉 굽이굽이마다 가을의 진객이 절정의 화사함을 뽐내니 마치 아흔아홉개 그림을 펼쳐놓은 듯 별천지 입니다. 

 그래서 '코는 솔향에 취하고, 눈은 단풍에 반하고, 생각은 역사에 젖는 길' 이라고 감히 제 나름대로 정의해 봅니다.

 

 대관령 옛길은 사실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서 시작해 백두대간 주 능선상에 자리잡고 있는 대관령 국사성황당까지 이르는 고갯길을 말합니다. 국사성황당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인류유산으로 지정한 전통 축제인 강릉단오제가 시작되는 곳으로, 백두대간 종주 능선 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옛길 전체를 종주한다면 아래에서 정상까지 전체 거리가 편도 7.9km에 달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옛길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고, '반정(半程)'까지만 다녀왔습니다.

 숲길로 굽이굽이 이어지던 옛 고갯길이 지금은 지방도가 된 옛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곳, 그곳이 반정입니다.

 대관령박물관에서부터 반정까지 이동거리는 6km, 왕복 12km이니 한나절 산행으로는 아주 적당한 거리 입니다. 대관령 반정 코스는 강릉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서 숲길로 더 들어가 대관령 옛길 입구인 어흘리 마을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으니 전체 이동거리가 편도 4.8km, 왕복으로는 9.6km 입니다.

 금요일 오후, 잠시 짬을 내 불쑥 찾아간 저에게 대관령 옛길은 숨겨뒀던 가을을 선물했습니다.

 금강송 소나무 숲만 가득한 줄 알았던 대관령 옛길에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제가 대관령을 여러번 오르내렸지만, 단풍 절정기에 방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대관령의 가을 진면목을 이제야 발견한 것 입니다.

 오늘 제가 본 대관령 옛길의 단풍은 먼 옛날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 모자(母子), 천재 문장가인 허균과 허난설헌 오누이, 관동팔경의 주인공 송강 정철, 택리지의 이중환 등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감상했을 단풍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 사는 모습은 달라졌지만, 옛길 고갯길의 풍광은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 저는 오늘 대관령 옛길을 물들인 단풍을 매개로 고매한 옛 선인들과 마음의 교감을 나눈 셈 입니다.

 

 

 


 


 


 


 


 


 

주막터 입니다. 옛 길손들이 쉬어가던 주막터에 초가집을 복원해 놓았습니다. 


 


 


 


 

 

 

 


 


 


 


 


 


 


 

 


 


 


 


'기관(記官) 이병화(李秉華) 유혜 불망비'이다. 조선 순조 때 대관령 주민과 상인들이 건립한 것으로 알려진 이 비는 겨울에 대관령을 넘다가 얼어죽는 사람이 많이 생기자 기관 이병화가 반정에 주막을 짓고, 나그네들에게 침식을 제공한 은덕을 기리고 있다. 이 처럼 대관령 고갯길에는 아흔아홉 굽이 만큼 많은 역사문화 스토리가 선인들의 행적과 함께 깃들어 있다. 


'반정'에 올랐다. 여기서 도로를 건너 1.9km를 더 오르면 대관령 옛길 정상인 국사성황당에 도착할 수 있다. 반정에서도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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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타계한 신봉승 선생이 쓴 '대관령' 시 입니다. 강릉 출신인 신봉승 선생은 시인이면서 소설가,극작가,문학평론가,수필가 등으로 장르를 뛰어 넘는 문학예술활동을 펼치고,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을 쓴 극작가로 역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