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일전망대-통일의 길 처럼 흐릿한 운무
분단의 현장, 고성 통일전망대를 다녀왔습니다.
거의 20여년 만의 방문이어서 내내 두근두근 설레림과 동행한 여행이었습니다.
예전에 없던 금강산 가는 육로와 철길도 생기고, 육안으로 보기에는 한적하면서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안개인지, 운무인지에 가려 산쪽으로 이어지는 철조망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보기에는 그냥 아름다운 바닷가 입니다.
사실 국토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고성군은 아마도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우뚝 섰을 겁니다.
북쪽 금강산과 해금강 삼일포 일원이 고성군의 영역에 포함되니, 분단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저기 보이는 육로와 철도를 따라 관광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북으로, 남으로 이어졌을 겁니다.
군사분계선과 철조망이 가르고 있는 저 해변 백사장 또한 이맘 때 원색의 피서객 물결로 넘쳤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이 금을 그어 갈라서고, 총부리를 겨눈 채 대치하고 있는 저 해변에는 사람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통일의 기대로 들떴던 금강산 관광 또한 지난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8년 째 중단 상태입니다.
저는 지난 1998년 11월 강원도 동해항에서 '현대 금강호' 크루즈 여객선이 금강산 관광객을 태우고 첫 고동을 울리던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도한 사람이기에 관광 중단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그즈음, 저 또한 금강산 온정리와 구룡폭포, 만물상 등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해발 936m, 금강산 천선대에 올라 맞은편 만물상의 장관을 마주한 날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오늘, 금강산에는 경색된 남북관계 처럼 짙은 안개가 끼어 있습니다.
남북이 다시 화해 무드로 돌아서, 저 육로와 철도를 따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통일의 길을 앞당기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남-북은 분단 상태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통일전망대 위에 서면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