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귀때기청봉 털진달래 산행기(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설악산 귀때기청봉 털진달래 산행기>
*산행코스: 한계령-서북능 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거리: 총 12.6km
*산행시간: 6시간 30분
*산행일시: 2016년 5월 22일
설악산 귀때기청봉의 털진달래를 보고 왔다.
이맘때 귀때기청봉에 피어나는 털진달래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어 자연스레 발길이 설악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찾아간 시간이 너무 늦었는지, 이미 털진달래는 대부분이 시들시들해진 상태였다.
지난해 이맘때에도 시든 진달래로 만족해야 했는데….
좀체 만개 시기를 맞출 수가 없으니 아쉽고 안타깝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올해는 털진달래 만개 시기를 맞춰 설악산을 찾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
설악산 털진달래는 5월 중순 쯤 만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봄철 산불예방을 위해 설악산 고지대 입산이 통제되는 것이 매년 5월 15일까지다. 털진달래가 만개하는 때와 산불예방 입산통제시기가 끝물에서 맞물리는 것이다. 그래서 5월 15일 입산통제가 해제된 뒤 곧바로 주말∼휴일로 이어지는 것이 설악산 털진달래 산행에 최상의 조건이다.
그런데 올해는 털진달래 만개 시기의 주말과 휴일인 5월 14일∼15일이 입산통제기간 중 이었기 때문에 설악산 주말 산행은 그 다음주로 1주일 더 지연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5월 중순 입산통제 해제 시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산객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온난화로 인해 봄철 건조기와 야생화 개화 시기 등이 앞당겨지는 점을 감안해 봄철 입산통제시기를 이제는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올해 처럼 5월 14일∼15일에 주말·휴일이 맞물릴 때는 하루이틀 일찍 개방하는 탄력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설악산 주변지역의 주말 상경기 활성화를 위한 상생 조치가 될 수도 있겠다.
귀때기청봉의 진객인 털진달래는 우리나라 설악산과 지리산,한라산 등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토종이다.
어린가지와 잎면에 보송보송 털이 있어 털진달래라고 불리는데, 고산 능선에 무리지어 피어나면 말그대로 장관이다.
해발 1578m, 설악산 귀때기청봉은 매년 봄, 털진달래로 화사하게 뒤덮이는 명소로 유명하다.
'귀때기청봉' 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갖게된 유래도 재미있다.
옛날옛적에 설악산 고봉인 대청,중청,소청,끝청이 높이 경쟁을 해 순서를 정할 때 갑자기 끼어들어 자기가 설악산에서 제일 높다고 우기다가 시쳇말로 '귀때기(뺨)'를 얻어맞고 지금의 외딴 장소로 밀려나 '왕따'를 당한 듯 홀로 서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너덜바위와 털진달래 밭으로 이뤄진 귀때기청봉의 비탈면은 멀리서 보면 반질반질하게 흘러내린 모습이 마치 귀때기를 얻어맞아 발갛게 물든 사람의 얼굴 뺨 표면과 흡사하다는 느낌도 든다.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은 설악산 암봉의 진경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비탈면에 서면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등 설악산이 자랑하는 바위 암릉의 장쾌한 용틀임과 함께 끝청-소청-중청-대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우렁찬 질주가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용아장성 끝자락, 소청봉 아래, 봉황이 날아오르는 모양새의 천하 명당터에 자리잡은 '봉정암'도 신비롭기 이를데없다.
대승령-장수대 하산길에 만나는 '대승폭포'의 위용은 또 어떠한가.
그런 매력이 곳곳에 넘치기에 오늘도 힘겨운 산행을 마다하지 않고 수많은 산객들이 귀때기청봉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산행 들머리인 한계령휴게소에서 안내판을 보니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승령-장수대 구간 12.6km를 넘는데 8시간50분이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빠른 걸음으로 6-7시간 이내에 돌파하는 산객들도 많지만, 고산을 넘는 험한 코스이므로 체력과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나는 장수대 쪽에 차를 세운 뒤 산행을 위해 콜택시를 불러 한계령으로 이동했는데, 1만5000원의 요금을 지불했다.
\
가운데 상투바위봉 너머로 멀러 가리봉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리봉은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승령에 다다를 때 까지 마치 산행의 동반자 처럼 멀리서 우뚝선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여기 쉼터에서 바라보는 귀때기청봉 풍광이 또한 일품이다. 귀때기청봉의 능선이 마치 나신처럼 투명하게 다가선다.
서북능선의 한가운데 갈림길,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다.여기서 오른편으로 가면 대청봉 방향, 왼편으로 가면 귀때기청봉이다. 그런데 이정표를 보니 대청봉보다 대승령 쪽이 1.7km나 더 멀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등 설악산의 암릉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암릉 능선의 황홀경에 취해 시간 가는줄 모르는 코스다.
유명한 귀때기청봉의 너덜바위 지대가 시작됐다. 귀때기청봉은 거대한 바위가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너덜바위 길이 많으므로 발걸음을 옮길 때 안전에 신경쓰면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제 귀때기청봉의 명물 털진달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쪽은 이미 많이 졌지만 그래도 정상쪽으로 올라서니 앙증맞고 화사한 털진달래의 뒤끝을 어느정도는 즐길 수 있다.
기기묘묘한 설악산 암봉의 숲을 뚫고 저멀리 솟아로은 대청,중청,소청의 위용이 우렁차다. 귀때기청봉은 서북능선을 따라 반대편으로 대청봉과 연결된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등 설악산 최고의 암봉군을 서북능선이 품고 있는 모양새다.
귀때기청봉은 한계령 방향에서 오르면서 보면 뾰족 솟아 오른 것이 꼭 피라미드를 연상케한다.
귀때기청봉-대승령 능선을 걷노라면 맞은편으로 가리봉과 주걱봉이 산행의 동반자 처럼 계속 함께한다.
멀리 대승령과 안산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능선이 한눈에 들어완다.귀때기청봉 비탈면은 온통 너덜바위와 털진달래 밭이다.
귀때기청봉 정상에 도착했다. 대승령까지 6km, 녹록지 않은 험한 산행길이다. 귀때기청봉은 우뚝 솟아오른 폼새 그대로 사방을 조망하는 경치가 또한 매력적이다.
귀때기청봉의 다른편 능선에도 털진달래가 밭을 이루고 있다. 만개한 장관을 본다면 정말 황홀할 것 같다. 기나긴 사방의 비탈면이 온통 붉은 진달래꽃으로 뒤덮인 장관, 그냥 상상하는 것 그대로 별천지다.
앞으로 보면 대승령-안산이요. 뒤돌아보면 지나온 귀때기청봉 능선의 행진이 눈부시다.
대승령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능선을 타고 더 나아가면 안산-십이선녀탕을 거쳐 남교리 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진다. 아래쪽으로 내려서면 대승폭포를 거쳐 장수대에 다다르는 2.7km 하산길이다.
대승폭포. 봄철 건조기를 지난 때 여서 물줄기는 볼품이 없다. 그러나 거대한 직벽의 바위면에 형성된 폭포의 위용은 존재 자체가 장관이다. 우기에 대승폭포를 만나면 쏟아지는 폭포 물줄기에 압도당할 정도이다.
대승폭포에서 장수대로 하산하는 동안 한계령 정상 능선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선다. 역시 설악산은 언제 어느 방향에서 만나든 별유천지,진경산수화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