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숨은벽 능선-백운대 산행기(암릉과 단풍의 절묘한 협연)
<북한산 숨은벽-백운대 산행기>
*코스: 국사당,밤골공원지킴터-해골바위-숨은벽-백운대-백운대피소-인수대피소-하루재-영봉-하루재-백운대탐방지원센터-도선사-북한산국립공원우이분소
*산행거리: 국사당에서 백운대탐방지원센터까지(영봉 경유) 순수산행거리 7.1km
*산행시간: 6시간
*산행일: 2015년 10월 10일
*날씨: 흐리고 비온 뒤 갬
*일행: 둘이서
북한산 숨은벽 능선과 백운대(해발 836m), 인수봉(810m), 만경대(망경대)의 단풍을 보고 왔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북쪽에 장쾌하게 솟아 있는 북한산.
북한산 둘레 도처의 등산코스 가운데서도 숨은벽 능선은 이름 그대로 비경으로 손꼽히는데다 단풍 또한 일품이기에 이즈음 단풍+암릉 산행의 로망인 곳 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숨은벽 코스에서 한번 노닐어 봐야지"하면서도 이곳 동해안에서 서울까지 찾아가야하는 이동거리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좀체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사흘 연휴에 볼일을 겸해 숨은벽 산행을 실행에 옮겼다.
예전에 송추 쪽에서 백운대를 한번 오른적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북한산 백운대 등산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산에 화려한 단풍 잔치까지 더해졌으니 설렘이 두배다.
사실 전세계적으로도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 가운데 주변에 이렇듯 수려한 산행 명소를 가지고 있는 도시는 흔치 않다.
특히나 북한산, 도봉산 등 서울의 명산들은 암릉의 미학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에 도시경관이나 건강레저 측면에서 이들 명산들의 존재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산을 좋아하는 서울시민들은 행복한 대도시민 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처음 숨은벽 능선을 거쳐 백운대에 오르는 산행을 계획했을 때, 북한산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저 숨은벽 암릉을 어떻게 오른단 말인가?"하는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으로 이뤄진 숨은벽 암릉을 단순 산행으로 타고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선행탐방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다가 일반 탐방자들도 큰 어려움 없이 숨은벽 코스를 이용해 백운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그렇다면 일단 부딪혀 보자"라고 마음을 먹게됐다.
실제 산행을 해보니 숨은벽은 중간 쯤에서 계곡으로 내려선 뒤 우회로를 타고 백운대로 오르게 되어 있었다.
물론 계곡 우회로를 이용한다고 해도 숨은벽의 경관을 즐기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우회로에 들어서기 전 까지 암릉 탐방만으로도 북한산 숨은벽의 절경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숨은벽-백운대 등산을 한 10월 10일은 기상여건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우충충,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산행중에는 천둥과 함께 간간히 비가 뿌리고, 급기야는 난네없이 굵은 우박까지 퍼 부었다.
그런 날씨인데도 주변 조망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으니, 모처럼 동해안-서울까지 원거리 이동을 해 북한산을 찾은 나로서는 크나큰 다행이었다. 오히려 간간히 피어 오르는 구름과 안개로 인해 숨은벽 비경의 신비감이 더해지는 효과까지 생기면서 산행의 감흥은 더욱 짜릿했다고 할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숨은벽은 좌측에 인수봉, 우측에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를 바라보면서 오르는 암릉이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숨어있는 암벽 능선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날 산행을 하면서 만난 한 산객은 "북한산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숨은벽"이라고 했다.
북한산에 대해서는 아직 흰 도화지 상태나 마찬가지인 나로서는 개인적 평가를 내놓을 입장이 못되지만, 그날 숨은벽 깍아지른 암릉에 피어난 단풍은 가히 천하절경이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는 것 임은 분명했다.
숨은벽을 넘어 백운대에 오르니 때마침 날씨가 개어 더욱 아찔한 경관이 연출됐다.
흰구름이 살짝 피어오른 인수봉 너머 서울시내와 도봉산의 풍광이 정말 눈부신 황홀경으로 다가섰고, 만경대-노적봉 일원의 북한산 능선들은 가장 화려한 단풍잔치판을 벌여놓고 분주히 산객들을 맞았다.
백운대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숨은벽 능선은 또 어떠한가.
장쾌한 바위 능선의 용틀임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아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바야흐로 암릉과 단풍, 도시가 어우러져 마치 장엄한과 현란한 오케스트라 협연을 펼치는 듯 하니, 이 가을 현대 도시와 자연 미학의 최고봉을 즐감하려면, 그대 수도 서울의 북한산으로 떠날지어다.
숨은벽 산행은 국사당,밤골에서 시작된다.
나는 불광역 7번 출구 밖 버스정류장에서 34번 버스를 탄 뒤 효자비정류장에서 버스에서 하차해 밤골 쪽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숨은벽 신비경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숨은벽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과 단풍에 덮인 숨은벽 능선이 더욱 신비스럽다.
해골바위. 위에서 바라보니 영락없는 해골 모양이다.
이제 숨은벽 바위벽으로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계곡 우회로를 타기 위해 바위틈으로 빠져나간다.
계곡길은 너덜바위길이다. 샘물이 있는데, 말라버려 물맛을 보지는 못했다. 너덜바위 깔딱고개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백운대 인수봉 턱밑에 도착한다.
계곡 우회로와 깔딱고개를 올라 백운대 턱 밑에 도착하니 또 바위 틈이 있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바위틈으로 보인다.
백운대, 인수봉과 함께 삼각산(북한산)의 세 봉우리로 불리는 만경대(망경대). 봉우리 정상이 집게벌레의 집게 처럼 생겼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너머 도봉산의 풍광. 안내도와 비슷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 보왔다.
백운대에서 바라보니 숨은벽 능선이 마치 용틀임하듯 또 다른 신비경으로 다가선다.
성문을 통과하지 않고, 우이동 쪽으로 하산 방향을 잡는다.
하산길에 하루재에서 영봉(해발 604m)을 올랐다. 하루재에서 280m 거리에 있는데, 경사가 있는 비탈길이다. 정상에 서면 북한산 세 봉우리(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는 물론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서울시내 명산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