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강릉 대공산성-산성과 풍차를 만나는 등산로

좋은산 2015. 8. 12. 18:02

 무더위가 막바지 기세를 올리던 지난 8월 9일, 강릉 대공산성(大公山城)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대공산성은 강릉 근교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2시간 30분3시간 정도면 충분히 욍복할 수 있는 코스기 때문에 가볍게 다녀 올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길은 다른 산이나 다름없이 평범한 숲길이고, 비탈길 이지만, 정상 즈음에서는 정말 흔치않은 이색적인 풍경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대공산선의 매력입니다.

 ‘대공산성’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월의 이끼가 내려앉은 고성(古城)이 정상 즈음에 버티고 있고, 더 나아가 백두대간 마루금인 곤신봉 쪽으로 향하면 바람의 나라, 능선을 지키는 풍차가 줄지어 도열해 산객을 맞습니다.

 지나간 ‘과거’와 ‘현재’가 함께 호흡하는 공간을 거니는 묘한 즐거움. 대공산성 등산로는 그런 곳 입니다.

 

 

 

  등산은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보현사(普賢寺) 계곡에서 시작됩니다.

 보현사 사찰 입구가 들머리 입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보현사 쪽으로 100여m 정도 걸음을 옮기면 우측 산비탈 쪽으로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대공산성 8부 능선 쯤에 오를 때 까지 산행은 일반 등산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산성으로 오르기 직전 전망대부터는 산행의 즐거움이 급상승 합니다.

 나무데크로 이뤄진 전망대에서는 강릉시내는 물론 멀리 주문진과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뒤에 곧바로 만나게되는 산성(山城) .

 산성은 등산로 양 옆으로 길게 뻗어나가는데,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숱하게 동해안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잘 보존된 산성 유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공산성이 지난 1979년 강원도기념물 28호로 지정된 것도 그만큼 보존이 양호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산을 오르는데 급급해 주변을 살피지 않으면 이곳에 산성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대공산성 전망대를 지나 산성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반드시 주변을 살피면서 여유를 가지고 등산해야 합니다.

 

 산성 내에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물형 샘터가 있는데, 그 규모가 웬만한 여염집의 옛 우물에 비견될 정도여서 옛날 이곳에 주둔하던 사람들의 규모를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산성은 서편 산성마루, 서문 쪽에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산성이 자리잡고 있는 보현산이 해발 944m라고 하니, 산성마루의 높이도 그쯤으로 생각됩니다.

 

 대공산성 마루에 올라서면 서편 백두대간 능선과 풍차가 한눈에 들어오는데,10-15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곳은 곤신봉(해발 1131m)이 있는 능선인데, 남쪽 능경봉-대관령-선자령을 거쳐 이곳까지 뻗어온 백두대간 마루금 입니다. 곤신봉에서 한번 솟아오른 백두대간은 북으로는 황병산과 오대산 노인봉∼진고개로 하염없이 이어집니다.

 

 

 

 

 

 

 

 

 

 

 

 

 

 

 

 

 

 

 

 

 

 

 

 

 

 대공산성에 거의 다다라 만나는 전망대 입니다. 양양 남애와  주문진, 강릉시내, 경포 등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산성을 잘 살펴야 합니다. 등산로 옆 숲속에 양 옆으로 펼쳐져 있는데, 무심코 진행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대공산성 입니다. 백제 온조왕이 도읍지로 정하고, 군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쌓았다는 설과 발해의 대씨(大氏) 왕조에서 쌓았다고 해 '대공산성'으로 불린다는 설이 있으나 민간에 전하는 이야기로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조선의 지리지 기록에 대부분 보현산성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보현산성'으로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합니다.

 산성의 높이는 2.3m-2.5m, 둘레 길이는 4km에 달한다고 하니 규모도 큰편입니다.

 침입해오는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밖으로 돌출해 쌓은 치성 흔적이 보이고, 내부에는 건물터와 우물터, 성문터 등이 남아 있습니다. 또 토기 조각을 비롯해 여러 유물이 발견된다고 하니 이곳 강릉 일대 고대성의 거점임에는 분명합니다.

 을미의병 때 원주에서 일어난 민용호 부대가 1896년, 이곳 대공산성에 거점을 잡고 한동안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합니다. 강릉지역에서는 '대공산성', '대궁산성', '보현산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산성의 흔적 입니다. 군사적 쓰임새가 있었겠죠.

 

 

 

 

산성 안에 있는 샘물인데, 샘물 치고는 규모가 큽니다. 이 정도 샘이 있으니 많은 군사들이 주둔할 수 있었겠죠.

 

 

 

 

 산성 정상(서문 쪽)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더 진행하면, 멀리 곤신봉 쪽 풍차의 장쾌한 행진을 볼 수 있습니다.

 대공산성 서문 쪽인데, 이곳에도 산 비탈면을 따라 이렇게 산성이 잘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