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십이선녀탕 산행기
<설악산 산행기>
*코스: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십이선녀탕(복숭아탕)-남교리
*산행거리: 11.4km
*산행시간: 5시간 10분
*산행일시: 2015년 7월 25일
설악산 서북능선의 끝단 대승령을 넘어 십이선녀탕을 다녀왔습니다.
코스는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안산 입구-십이선녀탕-남교리 공원지킴터를 잇는 전체 11.4km.
설악산 코스 가운데는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크게 부담을 느낄만한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산행에 나선 날은 공교롭게도 장마가 막바지 기세를 올리던 날.
하루 종일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동무 삼아 추적추적 산길을 헤쳐야 했기에 에너지 소모가 훨씬 심했습니다.
하산 지점인 인제 남교리 쪽에 차를 세우고, 산행 시점인 장수대로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만 해도 하늘은 기상 예보대로 점차 갤 것 처럼 여겨졌으나 정작 산행에 나서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돌변했습니다. 산행 초입인 대승폭포 지점부터 빗발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점점 굵어져 대승령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그냥 빗물로 샤워를 하면서 이동하는 형국에 처했습니다.
산 속에서는 웬만한 비는 우거진 숲이 가려주기 떄문에 우비를 꺼낼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제가 배낭 속에 고이 간직해뒀던 판초 우의를 뒤집어 쓰고, 행군을 하는 병사 처럼 이동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를 향한 설렘은 장맛비에도 시들지 않습니다.
대승령을 넘어 십이선년탕으로 향하는 코스는 사실 저에게는 이번이 초행길 입니다.
예전에 설악산 서북능선을 타면서 한계령-귀때기청봉을 넘어 대승령까지 이동한 적은 있으나 산행 시간 떄문에 결국 장수대 방면으로 하산했기 때문에 이번 산행은 그 연장 선상에서 이뤄지는 것 입니다.
그런데 장맛비 떄문에 적잖이 고생을 했지만, 이번 산행은 그 비 떄문에 또 다른 감흥에 젖기도 했습니다.
대승폭포와 복숭아탕 등 이동코스의 모든 이름난 폭포가 엄청난 물을 토해내며 '폭포다운' 모양새를 연출했기 떄문입니다.
대승폭포는 천길 직벽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가 실로 눈을 의심케하는 장관이었습니다.
이름난 폭포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달 전, 산행 때는 폭포 물줄기가 정말 오줌줄기 처럼 가늘어 물없는 직벽의 위용만 감상하는 정도였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며칠간 내린 장맛비로 인해 명불허전, 대승폭포의 진면목을 보게 된 것 입니다.
십이선녀탕 계곡 최고의 명소인 '복숭아탕'은 사실 불어난 물 때문에 '북숭아 씨'를 쏙 빼낸 모양을 하고있는 폭포의 형상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면 어떡하나고 하고 많이 걱정했는데, 불어난 물이 오히려 더 별천지를 연출해 놓았더군요. 특히나 장마 뒤 십이선녀탕 계곡은 산과 계곡에서 쏟아지는 물이 어느 것 하나 가릴 것 없이 장쾌한 폭포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녀는 어디 가고, 나뭇꾼이 물장난을 하고 있구나"하고 느낄 정도였죠.
산행 들머리인 장수대 입니다. 저는 오늘 여기를 출발해 남교리로 이동합니다.
가파른 산길을 20여분을 오르자 대승폭포가 조금씩 모습을 나타냅니다. 상단의 물줄기가 벌써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구천은하'가 새겨져 있는 바위 입니다. 맑은 날에는 글씨가 잘 보이는데, 오늘은 비에 젖어 분간이 잘 안되네요.
대승령에서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이동하는 등산로 능선에는 야생화가 정말 많았는데, 비바람 떄문에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바람에 꽃대가 마구 흔들리니 초점을 잡을 수가 없는 거죠.
이쪽 능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안산 입구에 도착했는데, 자연휴식년이 적용되고 있더군요. 오는 2032년 까지로 돼 있으니 출입을 하려면 아이가 어른이 될 만큼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계곡 물이 마구 불어나 등산로에 넘치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은 계곡에 발이 빠지면서 거너야 할 정도였습니다. 기상 예보 정말 중요합니다.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와 복숭아탕 쪽에 접근하니 잘 정비된 등산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론 대승령에서 십이선녀탕으로 이동하는 등산로도 잘 갖춰져 있는데, 오늘은 비 떄문에 계곡을 건너는 불편이 많습니다.
복숭아탕 위쪽인데, 여기 경치도 대단합니다. 주변의 산과 계곡, 물줄기가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 입니다.
그 모양이 복숭아 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복숭아탕' 입니다. 물이 불어나 북숭아탕이 폭포 속에 그대로 숨어 버렸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더 기막힌 장관을 연출해 놓았습니다.
이제 남교리 공원지킴터에 도착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출발하기 전에 차를 주차시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 때는 비가 오지 않고 당장 갤 것 처럼 보였는데, 산행 내내 비를 비를 맞고 말았네요.
그래도 비 때문에 또 다른 별천지를 구경했으니 기분은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