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 산행기
100대 명산을 모두 탐방하기로 마음 먹고 오늘(7월6일)은 포항 내연산을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설악산 공룡능선은 혼자라 외로웠지만, 오늘은 친구가 동행 했기에 아주 '떠들썩한' 산행이었습니다.
동해에서 포항까지 이동시간은 2시간30분.
동해안 종단 7번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됐다고는 하지만, 곳곳에 과속단속기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에 아무리 성능 좋은 차도 시속 90km는 넘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출발이 늦었습니다. 무릉계로 갈까, 망설이다가 출발 직전에 갑자기 내연산으로 행선지를 돌렸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설악산 공룡능선을 8시간40분만에 주파하더니 이제는 시쳇말로 겁대가리가 사라졌습니다. 오전 9시에 동해에서 출발하면서 내연산으로 가는 것은 정말 정상적인 산악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입니다.
오전 9시 동해 출발. 삼척과 울진, 영덕을 거쳐 내연산 산행 들머리인 포항시 송라면 보경사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50분을 넘겼네요, 원래는 11시20분 쯤에 도착해야 하는데, 포항 국도에서 보경사 쪽 입구를 찾지못해 헤매다가 30여분을 날렸습니다.
무계획 출발이라 사전에 네비게이션을 챙기지 않았던 것이 귀한 30분을 길에서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네요.
주차료 2000원을 내고, 1km를 걸어 내연산 산행 입구인 천년고찰 보경사에 도착하니 또 입장료가 1인당 2500원, 물론 내연산 입장료는 아니고, 보경사 입장료 입니다. 기분이 좋을리 없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기에 군소리 없이 5000원을 주고 일주문으로 들어섭니다.
사실 보경사는 30년도 더 지난 고교 2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들렀던 절이기도 합니다. 봄에 떠난 수학여행 때 온통 꽃으로 뒤덮인 보경사 경치에 감탄하기도 했는데, 30년이 지났어도 역시 경치는 사람을 홀릴만 하네요.
들어가는 입구의 기기묘묘한 소나무 폼새나 마치 고향 집에 들어온 것 같은 포근한 가람 배치 등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보경사를 지나면. 곧바로 향로봉까지 편도 7.9km 기나 긴 산행이 시작됩니다.
왕복 16km나 되니 오늘도 그렇게 간단한 산행은 아닙니다.
내연산 산행은 계곡미가 압권입니다. 7.9km 가운데 거의 6.5km는 계곡을 따라 하염없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입구부터 그 유명한 내연산의 12개 폭포가 마치 명품 조각 전시물 처럼 눈을 사로잡고, 흔들흔들 출렁다리가 나타나는가 하면, 신발을 벗고 계곡물을 건너야 하는 곳도 2군데나 되기에 마치 한여름 탁족을 즐기는 것 같은 운치도 쏠쏠합니다.
특히 3km를 이동한 곳에서 연이어 만나게 되는 무풍폭포와 관음폭포, 연산폭포는 장말 장관 이라는 말이 하나도 안 아까울 정도로 신비감, 장엄함, 장쾌함, 단아함 등등 여러 단어를 동시에 떠 올리게 합니다.
관음폭포와 연산폭포는 주상절리를 연상케하는 깎아지른 암벽 벼랑에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폭포 옆으로 동굴 같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벼랑의 암벽 틈을 휘감아 도는 엄청난 물줄기가 인간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킵니다.
예전에 많이 읽었던 무협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비경 이라면 이해가 되나요.
그 뒤 2km를 더 이동해 만나게 되는 은폭포도 쉽게 발길이 떠나지 않는 곳 입니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 선생께서 왜 다수의 작품을 남기면서 내연산 폭포의 아름다움을 전했는지, 관음폭포와 연산폭포를 보면 확인이 됩니다.
(위로부터 관음폭포, 연산폭포, 은폭포= 내연산에서 으뜸 폭포로 손꼽히는 곳 입니다. 은폭포는 여성의 거시기를 닮았다고 해 원래는 '음폭포'라고 불렀는데, 상스럽다고 해 은폭포로 바꿨다고 하네요. 관음폭포에서 위쪽 다리를 건너 돌아가면 내연산 최고인 연산폭포가 나오는데, 바위 모퉁이를 돌자마자 갑자기 물보라를 일으키는 폭포와 만나니 환호성이 절로 나옵니다)
사실 계곡과 폭포만 다 구경한다고 해도 왕복 5시간은 넘게 잡아야 하는 곳이 내연산 입니다. 제가 찾아간 7월6일은 남부지방에 장맛비가 한차례 지나간 뒤여서 계곡 물 수량이 늘면서 더욱 멋진 경관을 연출했다고 하니 운도 좋습니다.
다 평소 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겠죠, ㅋㅋ
산행중에는 계속 비가 내릴 것 처럼 날씨가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하면서 꾸물거렸는데 다행히 산행을 모두 마칠때까지 비도 내리지 않아 삼복염천 무더위 속 산행치고는 기상 여건도 최적이었습니다.
계곡과 폭포가 쉴새없이 어우러진 울울창창, 내연산 숲에서 뿜어져나온 피톤치드가 내 몸 속으로 이동해 아직도 청량한 기운이 계속 용솟음치네요.
아래 사진도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