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무릉계곡 산행기(무릉계곡-박달령-두타산-두타산성 코스)
두타산(頭陀山) 풍광을 즐기고 왔습니다.
사실은 봄 산의 전령사인 '야생화'를 보기 위해 두타산 산행에 나섰는데, 아직 일렀나 봅니다.
4부 능선 정도까지는 진달래며, 생강나무 꽃 등이 일부 피어났으나 고산에는 아직 소식도 없더군요.
올해 꽃샘 추위가 예사롭지 않았던 때문일수도 있겠으나, 제가 개화(開花) 시기를 너무 서둘러 예측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두타산은 봄 야생화가 참으로 매력적인 곳 입니다.
특히 삼척 댓재쪽에서 오르는 코스와 청옥산-두타산을 연결하는 대간 능선에는 봄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돋아납니다. 두타산 8부 능선 쯤 되는 곳이니, 고산(高山)에서 풍상을 이기고 피어나는 귀한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산로 옆으로 마구 피어나 아주 꽃밭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것을 '천상의 화원'이라고 하겠죠.
'얼레지'가 아직 채 녹지 않은 고산의 잔설을 헤집고 꽃망울을 내미는 모습은 정말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어서 정말 빡센 등산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산행코스: 무릉계곡관리사무소-박달령-두타산-대궐터-깔딱고개-두타산성-무릉계곡관리사무소
*총 이동거리: 14km
*산행일시: 2015년 4월 3일
*산행시간: 6시간 30분
두타산(해발 1353m)은 강원도 영동남부권(동해·삼척시)의 주산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높이는 대간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인근의 청옥산(1403.7m)에 비해 낮지만, 우뚝 솟아오른 폼새와 위용이 근동에서는 거의 독보적이어서 영동남부권의 대표적인 주산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두타산의 여러군데 등산로 가운데 박달령 코스를 타려고 합니다.
두타산 등산은 삼척시 하장면 댓재,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 동해시 무릉계곡(두타산성)을 각각의 들머리로 하는 여러군데 코스가 있는데, 박달령 코스는 가장 이용객이 적은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산객들이 몰리는 곳은 역시 삼척시 하장면 댓재를 들머리로 해 두타산 정상을 밟은 뒤 무릉계곡 두타산성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하산시에 박달령 코스를 이용하는 산객들도 꽤 있습니다.
박달령 코스는 두타산에 오르는 여러 코스 가운데 산행거리로는 가장 긴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릉계곡 입구에서 출발해 박달령을 거쳐 두타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총 이동거리가 무려 7.9km나 됩니다. 웬만한 산을 왕복하는 코스죠. 다만, 절반 이상을 계곡이나 평탄 능선을 탄다는 점에서 다소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박달령 계곡에서 령의 정상부까지 1.3km 된비알이 속된말로 장난이 아니기에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습니다.
예전에 어떤 산객은 박달령 가풀막을 오르면서 "여기는 뱀도 데굴데굴 굴러서 내려와야 하는 곳"이라는 표현을 하더군요. 산비탈의 경사가 얼마나 급하면 뱀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겠습니까. 상상이 되시죠.
박달령 코스는 박달령 정상에 도착한 뒤 두타산까지 다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2.3km를 더 이동해야 하는데요. 두타산으로 올라서는 막바지에 버티고 선 700-800m 가풀막이 지친 몸을 더 힘겹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거친 산 이라고 해도 기어코 그 가풀막을 딛고, 넘어 정상에 올라서고 마는 산객들의 의지와 열정 앞에서는 그냥 산일 뿐 입니다.
두타산 정상을 찍은 뒤 하산은 두타산성 방면으로 했는데요.
두타산성 코스는 '깔딱고개'에 도열한 아름드리 금강송이 정말 장관이고, 산성 지점에 즈음해서 만나게 되는 바위 절경이 탄성을 연발하게 하는 곳 입니다. 두타산성에서 바라보는 무릉계곡의 경치는 가히 '천하제일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산객들의 바쁜 발걸음이 자꾸만 늦춰지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무릉계곡 입구에 있는 '무릉반석' 입니다. 용추폭포와 함께 무릉계곡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쌍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관리사무소를 지나 채 300m도 이동하지 않은 계곡 입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계곡 전체가 족히 수백명은 앉을 수 있는 드넓은 반석으로 이뤄져 있는데, 반석의 전체 넓이는 1500평이 넘습니다.
반석 위에는 옛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글씨와 이름이 암각돼 있어 역사와 함께해온 명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석 바로 옆에는 동해지역 유림들의 모임인 '금란계'를 기념해 지은 '금란정' 정자도 있습니다.
경치 좋은 곳은 어디나 사람들이 모이는 정자가 빠질 수 없나 봅니다.
제가 오늘 다녀올 박달령-두타산-두타산성 일주 등산코스 입니다. 전체 거리는 14km 입니다.
무릉계곡 쌍폭포 입니다. 두갈래 폭포가 계곡으로 합수합니다. 바로 옆에는 무릉계곡 최고의 절경인 '용추폭포'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 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구경을 하려면 200m 정도만 더 이동하면 됩니다.
박달령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이 계곡을 건너야 합니다. 여름 우기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이곳 계곡물이 급속히 불어나 위험하기 때문에 호우시에는 박달령 쪽으로 하산을 피하는 것 좋습니다.
박달령 된비알이 시작되는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 1.3km는 그야말로 체력을 시험하는 험로입니다.
박달령 정상은 두타산-청옥산 대간 능선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타산,청옥산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고갯길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된비알 비탈길이 정말 만만치 않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두타산 정상 부근에서 지나온 박당령과 청옥산 능선을 뒤돌아보니 안개 구름에 완전히 파묻혀 있네요.
고산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 합니다.
안개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곳은 몇시간 전 제가 지나온 박달령 계곡 쪽 입니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를 오늘 산행을 하면서 제대로 즐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내려가야 할 두타산성 방향 능선 입니다. 길은 험하고, 산은 깊습니다.
깔딱고개가 시작됩니다. 두타산성 부근 계곡까지 된비알 급경사로가 이어지는데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힘든 고갯길이어서 '깔딱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이 길을 오른다면 정말 힘들겠죠. 그런데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한 명품 소나무 숲과 옛 산성의 흔적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힘든 것을 잊게 합니다.
이제 깔딱고개를 내려섰습니다. 돌무더기가 보이는 것을 보니 산성터가 가까워 졌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눈 돌리면 절경입니다.
두타산성에 도착했습니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로부터 2.1km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데, 무릉계곡의 계곡 산책로에서 500m를 올라서야 하는 가풀막이 정말 대단한 비탈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천애절벽, 바위 암벽과 된비알 산비탈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험산에 의지해 산성을 쌓고 외침에 맞서는 터로 삼은 것이죠. 그런데 두타산을 오르다보면 이곳에서부터 시작해 깔딱고개에 이르기까지 험한 산의 비탈면과 능선 곳곳에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아예 돌성채의 흔적이 완연하게 남아있는 곳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로 미루어 옛 산성의 규모가 적잖은 규모였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타산성에서는 수도골로 등산로가 연결되기도 합니다, 두타산성 부근 산성 12폭포 상단을 건너면 수도골 등산로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 지방 사람들만 아는 무릉계곡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타산성에서 맞은편에 보이는 산 비탈의 중간에는 '관음암' 암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관음암 암자는 무릉계곡 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탐방코스면서 명소인데, 관음암에서 바라보는 두타산성 쪽 풍광이 또한 압권입니다. 가을철에 두타산성에 서서 불타는 무릉계곡의 단풍을 보게된다면, 탐방객은 누구나 최고의 찬사를 바칠 뿐 입니다. 더불어 이상향, 즉 무릉도원의 '무릉'이 왜 이곳 계곡의 이름으로 붙어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