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쉰움산 산행기- 빗줄기는 그냥 산행의 동반자일 뿐이다.
*삼척 쉰움산(해발 670m)
*산행 일시: 2014년 11월 30일
*산행코스: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쉰움산
*산행 거리: 2.1km(왕복 4.2km)
요즘은 계속 주말마다 비가 내리다보니 '우중 산행'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네요.
비를 맞는 것을 감수하면서 등산을 결행한 것은 요사이 일정 때문에 산행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말에 잠시라도 짬을 내 산행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집니다.
그것이 자연의 무한 매력이요, 에너지겠죠.
비 내리는 날, 찾아간 곳은 삼척시 미로면에 있는 쉰움산.
해발 670m, 산 정상의 거대한 바위 표면이 움푹움푹 파여 있는 것이 마치 50개 우물이 있는 것 같다고 해 쉰우물산(五十井), 쉰움산 이라는 흔치않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석회암이 많은 이 지역의 지질 특성이 이런 희한한 풍광을 연출해 놓은 겁니다.
정상의 거대한 바위 절경과 움푹움푹 파인 수많은 '우물'을 처음 마주하는 산객들은 너나없이 "세상에 뭐 이런 곳이 다 있냐"며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정상의 풍광이 그만큼 빼어나다는 알 수 있겠죠.
산 정상의 해발표고는 그리 높지 않지만, 쉰움산 또한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산 입니다.
천은사 계곡을 따라 이동을 하다가 1km 정도는 깔딱고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된비알 오르막을 헉헉대며 올라가야 정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쉼움산 또한 땀 깨나 빼야하는 산인 것 입니다.
동해안에서 백두대간으로 치고 오르는 산들은 대부분 해발표고가 거의 제로(0) 상태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정상의 표고가 낮다고 해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됩니다.
쉰움산은 또한 저 유명한 두타산(頭陀山)으로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산 이기도 합니다.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두타산(해발 1353m)산행 코스의 중간에 쉰움산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두타산 산행의 중간기착지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쉰움산 정상에서 그대로 능선을 타고 3km 정도를 더 오르면 두타산 정상입니다.
그러니 두타산과 쉰움산은 그대로 한몸이요, 형제 같은 산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천은사를 들머리로 등산을 시작하면, 그냥 오르는데만 열중하지 마시고, 중간의 기도처나 돌탑 쉼터 등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주변의 풍광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철갑을 두른듯한 금강 소나무와 바위 암릉의 경관 등이 정말 황홀한 유혹으로 다가섭니다.
저는 그동안 수백차례 쉰움산을 등산했지만, 갈때마다 다른 경치를 만났습니다. 계절마다, 또 날씨에 따라 같은 듯 다른, 천변만화의 풍광이 펼쳐지기 때문에 매번 다른 쉬움산을 오른 느낌이 드는 겁니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쉰움산 정상에 올랐다면 그대로 하산하지 말고 두타산 방향으로 5분 정도 더 이동해 보라는 겁니다. 쉰움산에서 200-300m 거리에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말 빼어난 경치가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릅니다.
두타산 등산은 여러군데 코스가 있습니다.
천은사에서 쉰움산을 거쳐 오르는 코스가 있고, 동해 무릉계곡에서 두타산성이나 박달령을 거쳐 오르는 코스도 있습니다.
또 삼척시 하장면 댓재에서 시작해 두타산을 등산한 뒤 동해시 무릉계곡이나 삼척시 쉰움산-천은사 방향으로 하산할 수도 있습니다. 하장면 댓재 코스는 두타산을 가장 쉽게 오르는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지분들은 쉰움산 등산시 하장면 댓재-두타산-쉰움산-천은사 코스를 많이 이용하더군요.
그러나 그 또한 이동거리가 11km가 넘고, 코스가 험하니 산행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하장면 댓재는 두타산-청옥산-고적대를 거쳐 백봉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 능선의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쉰움산 산행 들머리인 천은사 입니다. 천은사가 자리잡고 있는 이곳 두타산 구동(龜洞)은 1287년, 고려 충렬왕 13년에 동안거사 이승휴(李承休) 선생이 칩거하면서 단군으로부터 비롯된 민족의 자존과 기원을 일깨운 '제왕운기'를 썼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돌탑 무더기가 있는 이곳 풍광은 정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쉰움산 정상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환상적인 경치가 펼쳐집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짙푸른 소나무의 위용에다 드넓은 바위 휴식처에 돌탑 무더기까지 더해지니 구경하는 눈이 호사를 합니다.
요사이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더니 계절을 잊은 진달래가 등산로 옆에서 꽃을 피웠네요.
쉰움산 소나무 군락지 입니다. 예로부터 이곳 삼척과 울진지역은 최고의 소나무 생산지로 통했습니다. 요즘도 궁궐이나 문화재 등을 복원하는데 필요한 중요 목재는 대부분 삼척과 울진, 강릉 등지에서 구한다고 보면 됩니다.
드넓은 바위 표면이 움푹움푹 파여 마치 50개 우물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은 쉰움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이곳에서 보는 전망이 또한 일품인데, 오늘은 비구름에 뒤덮인 신비한 풍광을 즐기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쉰움산 북쪽 능선은 동해시 무릉계곡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두타산을 정점으로 무릉계곡와 쉰움산이 한몸처럼 뻗어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쉰움산 정상에서 5분을 더 올라 만나게되는 절경 입니다. 기암괴석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이 정말 눈으로 보는 오케스트라 마냥 절묘합니다. 여기서 능선을 타고 계속 전진하면, 두타산 정상에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