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쉰움산- 수백번을 만나도 감흥이 더해지는 풍광
*삼척 쉰움산(해발 670m)
*2014년 9월27일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천은사-쉰움산(왕복 4km)
*산행시간: 왕복 2시간
삼척의 명산 쉰움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저로서는 지난 수년간 뒷동산 처럼 거의 200여 차례 넘게 다닌 익숙한 산.
그러나 해발 표고가 670m인데서도 알 수 있듯이 쉰움산은 뒷동산 처럼 그렇게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산입니다.
더군다나 해발 1350m, 두타산으로 오르는 길목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산 이기에 골은 깊고, 약 1km정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탈길 경사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를 산행 들머리로 쉰움산 정상까지 이동거리는 2km.
왕복하면 4km니까 더하고 뺄 것 없이 꼭 10리길입니다.
저는 쉰움산 등산시에는 쉰움산 정상에서 두타산 정상 쪽으로 300여m를 더 이동해 돌탑이 있는 곳 까지 진행한 뒤 그곳을 반환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조금 더 늘어납니다.
쉰움산 정상에서 더 진행하는 것은 쉰움산 바로 위에 또 하나의 바위로 이뤄진 숨은 비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쉰움산은 처음 800m 정도는 계곡을 따라 이동하지만, 나머지 1.2km, 특히 1km는 아주 경사가 심한 비탈길이어서 땀깨나 빼야 합니다. 그러나 수많이 사람들이 다닌 자연 등산로가 비교적 잘 닦여져 있어 이동에는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얼마전부터 저는 쉰움산 중턱, 큰 바위 기도처가 있는 지점에서 우회해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을 애용하고 있습니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인데, 거대한 바위벽면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고, 경치 또한 압권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등산로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모르는 초행자들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초행자들은 그냥 기도처 바위만 둘러본 뒤 그냥 가던 길 등산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편하게 바위벽면 위 돌탑군이 있는 쉼터에서 올라 좋은 경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 바위벽면을 타고 오르면 거대한 바위 쉼터에 돌탑군이 무리를 이뤄 서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데, 바위 암벽 자체의 경치와 조망미가 황홀해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쉰움산에는 크게 3군데 바위 절경이 있는데, 돌탑군이 있는 이곳 중간의 바위 쉼터와 쉰움산 정상, 그리고 정상에서 더 진행해 만나게 되는 기묘한 바위길이 쉰움산이 자랑하는 3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쉰움산 정상은 이곳 중턱의 바위 쉼터에서 700-800m를 더 이동해 만나게 되는데, 정상 자체가 거대한 바위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바위 비탈면에 깃 밧줄이 드리워져 있는데, 그것이 쉰움산 정상 코 밑입니다.
그 밧줄 등산로를 타고 오른 뒤 우회로를 따라 쉰움산 정상 쪽으로 접근하면서 두타산 쪽으로 그냥 지나치지 말고, 중간에 우측으로 틀어 바위산 쪽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쉰움산을 정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쉰움산 정상은 그야말로 별천지 입니다.
처음 찾는 산객은 "세상에 뭐 이런 곳이 다 있냐"고 두눈이 휘둥그레질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바위산 자체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산 꼭대기에 마치 크고작은 우물을 파 놓은 것 처럼 바위 표면이 수없이 움푹움푹 파여 있으니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 아름이 쉰우물산(五十井, 쉰움산) 인 것도 정상 크고작은 바위 우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석회암 바위산의 지질학적 특성이 이런 기기묘묘한 경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십개 바위 우물로 이뤄진 거대한 바위 산 정상에 족히 수십명은 앉을 수 있는 드넓고 포근한 휴식처가 만들어져 있고, 그곳에 온갖 풍상을 이기고 버텨온 낙락장송 몇그루가 서 있는 것이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나 다름없습니다.
계절마다 나름의 운치가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쉰움산 정상의 소나무가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한겨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쉰움산 정상을 보고 그대로 하산한다면 2%가 부족합니다.
정상에서 두타산 쪽으로 200여m만 더 올라가면 또 하나의 기묘한 칼 바위 풍광이 펼쳐지는데, 그것을 보고 내려와야 온전히 쉰움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등산로 옆에 삐죽삐죽 칼바위가 솟아나 있고, 등산로 옆은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낭떠러지 비탈이 계곡 바닥까지 이어지면서 세월의 풍상을 이긴 금강소나무들이 무리를 이뤄 도열해 있으니 그 경치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쉰움산은 바위와 함께 특히 소나무가 아름다운 산 인데요,
비탈길 옆 등산로에 건강한 소나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으니, 그 풍경을 보고 걷노라면 비탈길을 오르는 힘겨움도 힐링 에너지가 됩니다.
고려시대에 민족의 대서사시 제왕운기를 쓴 이승휴 선생을 모신 사당 '동안사' 입니다. 쉰움산 등산로 입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천은사 옆 산길을 따라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천은사는 하산길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쉰움산 중간의 바위 쉼터 밑에 도착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도처가 나옵니다. 저는 기도처 옆 바위 비탈면을 타고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 밧줄이 드리워진 바위 벽면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크게 위험하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비탈면을 타고 오르면 돌탑군이 서 있는 쉼터가 있는데, 그 경치가 압권입니다.
중간의 바위 쉼터에 있는 돌탑군 입니다. 매년 봄 이곳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더욱 환상적 경치를 연출합니다.
쉰움산 9부 능선에서 만나는 샘물입니다.물이 많을 때는 그냥 또 마셔도 무방합니다.
쉰움산 정상 바로 빝 입니다. 밧줄을 타고 오르면 되는데, 그냥 정상으로 오를 수는 없고, 밧줄을 타고 오른 뒤 바위산 옆 등산로를 따라 우회한 뒤에야 정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쉰움산은 기도처가 많은 산으로 유명합니다. 무속 신앙이 많다는 뜻이죠, 정상 옆에도 돌무더기 기도처가 있습니다. 요즘도 산에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예로부터 이곳 삼척 사람들이 쉰움산의 기운을 매우 영험하게 여겨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쉰움산 정상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는 바위 명소 입니다. 칼 바위와 소나무 풍광이 길을 사로잡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낀 날에는 신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곳에서 3km남짓 더 올라가면 두타산 정상입니다.
제가 쉰움산 등산을 할 때 반환점으로 삼는 돌탑입니다. 이곳에서부터 두타산 정상까지는 3km정도 된비알 비탈이 이어집니다.
이제 쉰움산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상은 바위가 움푹움푹 파여 무수히 많은 크고작은 우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래서 쉰움산인가 봅니다. 동해바다와 두타산 정상까지 사방을 굽어보는 경치가 일품이고, 맞은편 무릉계곡 산 능선도 눈에 들어옵니다. 무릉계곡과 쉰움산 사이 바위 계곡과 능선의 풍광이 탄성을 연발하게 합니다. 쉰움산 정상에 소이 눈이 쌓이면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경치가 연출됩니다. 그러나 사계절 어느때와도 마냥 좋은 곳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