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석병산(石屛山) 최단거리 코스 2차 산행기(조물주, 회심의 작품을 보다)
석병산(해발 1055m)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14일에 1차 산행을 했으니 꼭 한달만에 다시 석병산을 찾은 것 입니다.
제가 한달만에 다시 석병산을 갔다왔다고 하니 혹자들은 묻습니다.
"석병산이 그렇게 좋냐"고.
그래요. 정말 좋습니다.
석병산, 그 황홀하고도 아찔한 천애절벽 위에 서면 세상을 다 품은 것 처럼 호기가 솟아 오릅니다.
석병산 정상에 서면, 요상하게도 보고 싶은 풍경이 더 많아집니다.
맑은 날, 아찔한 바위 암릉 위에 포개진 푸른 하늘 위로 두둥실 흰 뭉게구름이 요술 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고, 일월문 바위 구멍을 노오란 보름달이 가득 채우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또 아침 여명에 저 멀리 동해바다로 수평선을 박차고 불덩이, 해가 솟아오르는 장엄한 광경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석양 노을이 켜켜이 겹쳐진 백두대간 능선를 물들이는 절정의 몸부림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향해 더 큰 기대가 움트게 하는 산, 백두대간 석병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특별한 선물입니다.
그만큼 저는 백두대간 석병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한달만에 다시 찾은 석병산은 한달 전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산이더이다.
숲은 더 우거져 낮은 곳 등산로는 아예 야생초에 묻혀버렸고, 수풀 가지들이 등산로를 거침없이 점령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수풀 속에서 피어난 야생화가 또한 큰 즐거움 이었습니다.
숲길을 따라 곳곳에 옹기종기 피어난 야생화들은 석병산 정상에서 절정의 미학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깍아지른 듯 버티고 선 직벽의 바위절벽 틈새마다 작은 야생화가 아슬아슬 화려한 꽃을 피워 미학의 극치를 선물했습니다.
'천상의 화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인간의 손으로는 만들 수 없는, 오직 자연만이 피워낼 수 있는 야생의 눈부신 마력.
한뎃바람과 세찬 빗줄기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바위 틈을 요리조리 찾아다니며 꿋꿋하게 여기 생명이 있음을 알리는 석병산 야생화, 그 경이적인 힘 앞에 서면, 나 또한 저절로 힘이 솟습니다.
석병산이 철쭉 군락지라고 하는데, 내년 봄 철쭉 꽃이 만발했을 때 석병산의 화사한 풍광이 벌써 기대됩니다.
*산행코스=정선군 임계면 산촌체험촌 공사 현장-석병산 왕복
*산행거리=3.8km
*산행시간=2시간 30분
오늘도 산행은 석병산으로 향하는 최단거리 코스인 정선군 임계면에서 시작합니다.
백봉령 정상에서 백두대간 코스를 한번 타 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이번에도 가장 빠르고 편하게 석병산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 입니다.
사실 석병산은 백봉령-삽당령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 선상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대간 종주를 하는 산객들은 빠짐없이 거쳐가는 산 이지만, 정선군 임계면에서 연결되는 최단거리 코스는 그리 많이 알려진 코스는 아닙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코스이기에 저는 두번의 산행을 하는 동안 석병산 마루금 능선에 올라설때 까지 산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홀로 산행을 하는 것도 그런대로 재미는 있지만, 석병산은 숲이 우거진 깊은 산이기 때문에 아무리 단거리 코스로 이동을 한다고 해도 가급적 2-3명이 짝을 이뤄 등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산행 들머리는 정선군 임계면 산촌생태마을의 마을 안길이 끝나는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동해시-정선군-평창군을 연결하는 42번 국도를 따라 백봉령에서 정선군 임계면 소재지 쪽으로 이동하다보면 백두대간 생태수목원과 '석병산 등산로' 안내 표시판이 나타납니다.
그곳에서 마을 안길을 타고, 계속 직진해야 합니다.
중간에 백두대간 수목원 진입로가 갈리게 되는데, 그냥 직진하면 됩니다. 물론 수목원 방면으로 가도 산책로를 따라 석병산 등산로를 만나게 되지만, 석병산을 최단거리 코스로 가려면 마을 가장 안쪽으로 계속 직진해야 합니다.
마을 안길 끝, 계곡에서 백두대간 생태체험촌 공사 현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이 석병산 최단거리 산행 들머리 입니다.
이제 석병산, 그 황홀한 유혹 속으로 산행을 시작해보죠.
저는 '조물주가 회심의 한수를 두면서 백두대간 허리에 최상의 걸작을 남긴 곳이 석병산'이라고 감히 정의합니다.
이곳이 석병산 최단거리 코스 진입로 입니다. 여기서부터 산행 들머리까지는 4.5km. 계속 직진하면 됩니다.
백두대간 산림체험촌 공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아마도 펜션을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안쪽, 펜션이 끝나는 지점에 산행 들머리 안내판이 있습니다.
석병산 등산은 2.5km 정도는 이런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이동하는데, 여름이 되니 무성한 삼람한 계곡에 이끼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순에 왔을 때는 이끼가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즈음에는 계곡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이끼가 요란하게 돋아나 야생화와 함께 산객의 눈을 유혹합니다.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이동하던 코스가 석병산을 앞두고 비탈길 경사도를 높입니다. 1.2km 정도가 비탈길 오르막으로 형성돼 있는데, 오르막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이제 석병산 300m 전방, 백두대간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다시 평탄로 입니다.
백두대간 갈림길 입니다. 이곳에서 대간 종주 코스는 두리봉, 삽당령으로 이어져 강릉 능경봉과 대관령, 선자령, 오대산 노인봉으로 북진을 계속 합니다.
석병산은 모두 3개의 바위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이 첫번째 봉우리 입니다. 여기서 석병산 정상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제 석병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석병산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깎아지른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 서 있는 산 입니다.
산 전체가 거대한 수직의 바위 절벽으로 둘러처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아찔하고, 뻗어내린 바위산의 경관에 홀려 일순간 넋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바위 산 정상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탁월하지만, 정상에서 사방을 굽어보는 조망미 또한 일품입니다.
흰구름 두둥실 뜬 파란 하늘 아래로 백두대간 고봉준령의 능선이 사방으로 켜켜이 겹쳐 파노라마를 펼치고, 동쪽으로는 아득히 동해바다 수평선까지 눈에 들어오니, 이 정도면 땀 흘린 대가로는 충분합니다.
더욱이 석병산에는 '일월문(日月門)'이라는 명품 볼거리가 있습니다.
일월문은 석병산 정상으로 치솟은 거대한 바위 절벽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는 곳을 말하는데요. 바위 구멍의 지름이 2m는 족히 될 정도로 상당히 크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 압도적 입니다.
일월문 바위 구멍 너머로는 두리봉을 비롯 북으로 뻗은 백두대간 능선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일월문 바위 휘장 너머로 휘영청 달이 뜬 모습을 본다면, 이름 그대로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석회암 바위 절리로 이뤄진 것 같은 일월문은 구멍의 둥근면을 따라 바위톱니가 마치 맹수의 이빨 처럼 튀어 나와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백상아리가 큰 입을 벌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전제척인 분위기는 남성적 입니다.
석병산에서 가장 유명한 '일월문' 입니다.
바위 절벽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인데, 구멍의 지름이 2m는 족히 될 정도로 큽니다.
이편에서 구멍 너머로 구경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구멍 저편으로 넘어 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바위 구멍 저쪽은 깎아지른 절벽입니다.
바위 구멍에 돋아난 바위 톱니가 마치 맹수의 이빨 처럼 보이지 않나요.
석병산은 요즘 야생화 천국입니다. 바위 틈마다 비집고 피어난 야생화가 경이롭기 그지 없습니다. 천애 절벽으로 이뤄진 바위산에서 야생화의 화려한 색을 만나니 산행의 감흥이 더욱 커집니다.
야생화에 바위산의 압도적 위용, 백두대간 산줄기와 멀리 동해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런 매력 때문에 석병산은 한번 만나게되면, 더욱 자주 찾을 수 밖에 없는, 친구 같은 산이 되는 것 입니다.
석병산은 정말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정상에서 머무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집니다. 정상을 밟았다고 금방 내려갈 수 있는 평범한 산이 아닌 것 입니다. 거의 30분-1시간 동안은 석변산과 주변의 풍광을 눈에 담고, 느끼는데 할애해야 합니다.
오늘은 곧바로 하산을 하지않고, 배두대간 종주 능선을 따라 두리봉 쪽으로 더 이동을 하다가 반대편 능선에서 석병산을 한번 더 조망해 봤습니다. 우거진 숲 사이로 석병산의 근육질 암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석병산에서 두리봉으로 백두대간 종주 코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만난 노송입니다. 석병산 등산로에서는 이런 노송을 거의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하는 노송의 모습이 더욱 눈길을 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