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힘

함백산 정암사에서 만항재까지(고원 능선의 주인은 야생화와 주목)

좋은산 2014. 5. 10. 23:45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두고 있으면서도 한번 가보지 못했던 함백산(1572.9m)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남한에서 여섯번째로 높은산.

 정선과 태백, 영월에 걸쳐있는 함백산은 정말 매력적인 산이더군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될까요.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펼쳐진 고원의 신비한 능선, 눈만 돌리면 곳곳에서 지천으로 만나게되는 야생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주목의 기상, 웅혼한 정상미 등등.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무수한 매력 앞에서 산행 내내 저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여성 처럼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남성의 웅장한 기상을 품고 있는 산, 함백산은 저에게 그런 산으로 다가섰습니다.

 

 *산행일시: 2014년 5월10일

 *산행코스: 정암사 위(만항재 중간지점, 고한읍민 체육공원 주차장)- 적조암 갈림길- 함백산 능선- 중 함백산(1505m)- 함백산- 만항재- 고한1리 마을(만항마을)- 원점 주차장

 *산행거리: 총 12km

 *산행시간: 오전10시50분- 오후 2시50분까지, 4시간

 

 함백산을 오르는 코스는 △제가 선택한 정암사 쪽 코스와 △두문동재(태백시, 정선군 경계)에서 주능선을 따라 6km를 이동하는 코스 △남쪽 어평재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만항재를 경유해 두문동재 등으로 이동하는 코스 △만항재 정상부 도로의 정선군과 태백시 경계지점에서 1km 정도 된비알 오르막으로 오르는 코스 등 여러코스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함백산 접근이 쉬운 코스는 마지막에 예로 든 만항재 정상부에서 곧바로 함백산을 오르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만항재 도로 정상부의 정선,태백 경계지점에서 1km 된비알 오르막 코스를 짧고 화끈하게 오르게 됩니다. 코 앞에 손에 잡힐 듯이 함백산 정상이 보이는데다 거리도 짧기 때문에 최단거리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백산 정상만 등산하고 그대로 돌아오면 이동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에 만항재 정상부에서 함백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산객들은 정상을 밟은 뒤, 정암사 쪽이나 두문동재까지 비교적 먼거리를 능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산행 들머리를 정암사 쪽으로 택했습니다.

 산행 들머리는 정선읍 고한에서 영월 상동으로 연결되는 만항재 중간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태백산 정암사'를 지나 만항재 도로를 이동하다가 고갯길 중간 쯤 되는 곳에서 함백산 등산로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산불초소와 깃발이 나부끼고, 오른편 길 옆으로 등산객들을 위한 주차장이 조성돼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산행은 들머리 입구부터 경사로를 타고 오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약 2km 정도를 돌계단이 깔린 등산로를 계속 올라가는 것으로 이뤄져 있는데, 오르막 길만 지나고 나면 두문동재-함백산 정상으로 길게 연결되는 능선에 도착하게 됩니다.

 능선에 도착하면 등산로는 거의 평지 수준으로 진행하다가 중함백산에서부터 다시 오르막,내리막,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산행을 많이 한 산객들에게는 그리 힘든 코스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등산로는 거의 야생화 천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야생화가 지천입니다.

 얼레제에서부터 시작해 온갖,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시시각각 눈을 유혹합니다. 등산로까지 야생화가 비집고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동에 조심을 해야 할 정도라면 야생화가 얼마나 많은지 이해가 되겠죠?

 깊은 숲에 야생화 구경까지 그야말로 몸과 마음, 눈이 모두 호사를 하는 등산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함백산 정상 부근에 다다라 만나게되는 주목 군락지는 등산객을 사로잡는 최고의 명소입니다. 정상이 코앞인데, 등산로 주변 곳곳에 버티고 서 있는 주목에 홀려 자꾸 발걸음이 늦어집니다.

 함백산 정상은 바위로 이뤄져 있는데, 사방을 둘러보면서 백두대간 준령의 겹겹 파노라마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눈 덮인 태백산을 오르면서 반대편 함백산의 환상적 설경에 감탄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함백산을 올라 이번에는 태백산 능선을 바라보게 되니 그 즐거움이 또한 묘하네요.

 함백산 정상에서 만항재로 하산한 뒤, 차량이 있는 주차장(정암사 쪽)으로 원점 회귀하기 위해서는 2차선 도로를 따라 고한 쪽으로 5-6km 걸어 내려와야 합니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길이지만, 주변의 경치가 이국적이어서 흥이 절로나는 관광길 입니다. 신록이 우거지는 봄 여름도 좋지만, 가을철과 겨울철 풍광이 특히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지나오면서 많이 했습니다.

 중간에 만나게되는 고한1리, 만항마을은 토종닭집이 많더군요.

 수십가구 밖에 안되는 정도의 아담한 산촌인데, 도로변 음식점은 거의 토종닭집 이었습니다.

 다음에 방문하면 반드시 만항재 토종닭의 맛을 한번 보고 와야겠습니다.

 만항재 정상-고한까지 산간도로(2차선 도로)는 사실 예전의 탄광지대를 지나가게 돼 있는데, 주변의 고원지대와 계곡 풍광이 매우 빼어나 "이곳이 탄광이었나"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생화와 문화가 접목된 고원 산촌의 마을, 만항마을은 그렇게 함백산 산객과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한 뒤에는 적멸보궁과 그 유명한 수마노탑을 품고 있는 정암사를 방문하는 것도 필수. 

 

         (산행 들머리, 산불초소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계단 등산로 오르막 길이 약 30여분 간 이어집니다. 그 뒤에는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을 타게 됩니다)

 

 

 

 

 

 

 

 

 

 

 

 

 

 

 

 

 

 

 

    (두문동재-함백산으로 연결되는 함백산 능선 등산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부터는 거의 평지 수준의 완만한 등산로가 한동안 이어집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얼레지 등 야생화가 지천입니다. 사진 찍으랴, 구경하랴 발걸음이 점점 더뎌집니다)

 

 

 

 

 

 

 

 

 

 

 

 

 

 

 

 

 

 

 

 

 

 

 

 

 

 

 

 

 

 

 

 

 

 

 

 

 

 

 

 

 

 

 

 

 

 

 

 

 

 

 

 

 

 

 

 

 

 

 

 

 

 

 

 

 

 

 

 

 

 

 

 

 

 

 

 

 

  (함백산 정상이 건너편에 마주보이는 '중함백산'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다소 오르막 길이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1.1km만 이동하면 함백산 정상을 만날 수 있기에 발걸음에 더 힘이 실립니다)

 

 

 

 

 

 

 

 

 

 

 

 

 

 

 

 

 

 

 

 

 

 

 

 

 

 

 

 

 

 

 

 

 

 

 

 

 

   (등산로 곳곳에 살아천년, 죽어천년 주목이 서 있습니다. 주목은 언제 어디나서 그 기상이 나무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목 군락지가 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 고산지대이고, 또한 태백산의 줄기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함백산 정상에 서면, 반대편 산줄기를 따라 태백산 천제단-문수봉까지 태백준령의 능선이 이어지는 것을 구경하게 됩니다. 멀리 길게 펼쳐진 능선이 태백산 능선 입니다)

 

 

 

 

 

 

 

       (가운데 불쑥 솟은 산이 우리가 지나 온 중함백산 입니다. 중함백에서 함백산 정상까지 이동하는 1.1km 등산로는 탁 트인 고원의 전망이 일품인데다 천년 주목이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에 힘든 줄 모릅니다)

 

 

 

 

 

 

 

 

 

  (이제 함백산 정상을 뒤로 하고, 만항재 쪽으로 하산합니다. 만항재 일원 고원의 풍광이 계속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하산길 1km는 정말 급경사 계단길의 연속입니다. 내려온 뒤 계단을 다시 돌아보면서 한컷 찍었습니다)

 

  (이제 완전히 함백산에서 내려와 도로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태백시 황지동과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가 되는 곳 입니다. 여기서 만항재는 다시 도로를 따라 1.7km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정표들이 참 예쁩니다. 역시 '야생화의 나라' 이정표 답습니다)

 

            (함백산에서 하산한 뒤 만항재로 가는 도로입니다. 참으로 고즈넉한 것이 그냥 걷는 것 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만항재 숲길의 야생화. 마치 고요한 숲속에 한땀 한땀 고고하게 수를 놓은 보석 같습니다)

 

  (만항재 도로를 따라 정암사 방면으로 회귀하면서 멀리 보이는 함백산 정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오른쪽 산 줄기 도로를 따라 길게 우회해 여기까지 왔군요)

 

  (이제 야생화의 마을, 만항마을 입니다. 마을 전체가 마치 동화나라 처럼 깨끗하고, 아기자기 합니다. 이런 마을은 사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과 수마노탑이 있는 정암사 입니다. 수마노탑은 정암사의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약 5분 정도 계단 오르막 길을 오르고 나면 수마노탑을 만나게 되는 벽돌 형태로 돌을 쌓아 올린 모전석탑의 고색창연한 예술성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옵니다. 그옛날 신라시대에 당나라 산서성에 있는 청량산 운제사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귀국한 자장율사가 643년 태백산 자락에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쌓고 수마노탑에 부처님 진신 정골사리를 모셨다고 합니다. 자장율사께서 귀국할 때 서해 바다 용왕이 용궁에서 준 마노석으로 탑을 쌓았다고 해 '수마노탑'으로 불린다고 합니다)